남의 방 꾸미기 영상을 자주 본다.
특히 작은 방을 효율적으로 쓰는 영상이나, 책상 위를 예쁘게 정리하는 영상을 보면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정작 본인 방은 아직 “업데이트 대기 중”이지만, 머릿속으로는 벌써 세 번쯤 리모델링을 끝냈다.[1]
편의점 신상도 자주 체크한다. 먹으려고 찾는 것도 있지만, 사실 "새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신상 젤리, 이상한 맛 감자칩, 시즌 한정 음료 같은 걸 발견하면 일단 저장한다. 이른바 수집 우선, 소비 후순위 원칙으로, 본 위키는 이를 편의점 기반 아카이빙 행동으로 분류한다. 급기야 편의점에 들를 이유를 스스로 만들기에 이른다는 점에서, 편의점은 잠재적 트리거 공간으로도 기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2]
편의점 신상은 사기보다 확인하는 쪽에 가깝다. 새로 나온 걸 실제로 샀느냐는 물음에 한지우가 돌려준 답은 "ㄹㅇㅇㅇㅇㅇㅇㅇ" 였고, 무엇을 샀느냐는 물음에도 답은 "ㅇㅇㅇㅇㅇ" 뿐이었다.[3]
그래서 최근 무엇을 샀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말하기 싫은 건지 기억이 안 나는 건지 물었을 때도 답은 같은 ㅇㅇㅇㅇㅇ[4] 였으니, 여기서도 결론은 열린 채로 둔다는 평소 원칙이 그대로 이어지는 쪽으로 보인다. 수집이 소비보다 앞서는 사람이라, 신상을 샀는지 여부 자체가 애초에 큰 사건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루프에 관해 몇 가지를 더 물었으나, 돌아온 답은 대체로 자음의 나열이었다.[8] 제일 자주 그 말을 하는 친구가 누구냐는 물음, 디테일을 들켰을 때 친구들 반응이 어떠냐는 물음, 첫인상 갭을 처음 들었을 때와 지금의 온도차가 있느냐는 물음까지, 모두 열린 채로 남았다. 함구라기보다 그냥 그렇게 두기로 한 쪽에 가깝다.
이 대목은 다름 아닌 본문 첫 줄, 조용해 보이다가 엉뚱한 포인트를 짚는다는 관찰과도 맞물린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 디테일은 다 보는 사람이라, 정작 자기 얘기가 나오면 디테일을 내주지 않는 편이다.[9] 강아지 집사로 분류돼 있으니 강아지 이름 정도는 나올 법했는데, 이름조차 열어둔 채로 넘어갔다.
물건을 고를 때 기준이 은근히 많은 편이다. 예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너무 불편하면 탈락이며, 너무 흔한 것도 싫다고 한다. 결국 이것저것 비교하다 선택이 늦어지지만, 정작 그 과정만큼은 꽤 진지하게 여기는 쪽에 가깝다.[13]
먹을 것도 비슷하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완전히 실패할 것 같은 조합은 또 무서워서 결국 “안전하지만 궁금한 신상” 쪽으로 기우는 편이다.
사람도 공간도 너무 시끄러운 것보다는, 살짝 정돈되어 있는데 포인트 하나쯤 있는 것을 선호한다. 즉 한지우의 취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평범한데 그냥은 안 끝나는 것”에 가깝다.
이 목록은 특별한 계획표라기보다, 한지우가 뭘 좋아하고 어디에 자꾸 눈이 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한지우는 큰 사건보다 작은 취향과 사소한 발견으로 하루를 채우는 편이다. 누가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신상 과자 하나, 컵 하나, 정리 영상 하나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별거 아닌데 왜 이렇게 진심이지?” 싶다가도, 그래서 오히려 더 한지우답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떠들진 않지만, 자기만의 포인트는 분명한 사람. 대충 고르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나름의 기준이 있고, 가끔 툭 던지는 말은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현재 장바구니는 비어 있다. 정확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장 최근에 담겨 있던 품목은 운동화로 알려져 있다.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아직 고민중"인 상태로, 장바구니에서 내려온 것이지 마음에서 내려온 것은 아니다.
다른 문단에서도 드러나듯, 한지우의 장바구니는 구매 대기열이라기보다 취향 보관함에 가깝다. 담는다는 것은 "이건 나중에 다시 봐야지"의 신호이고, 결론은 열린 채로 둔다. 운동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운동화 뒤로 새로 올라온 후보는 샛노랑 운동화다. 새하얀 베이스에 포인트로 노랑을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통으로 노란 신발을 원한다고 한다. "그냥 자다가" 떠올랐다는 게 계기의 전부라, 어디서 보고 꽂힌 것도 아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노랑 신발을 잘 못 본 거 같아서" 정도다.[14]
같은 장바구니에는 머리띠도 함께 담겨 있다. 샛노랑 운동화와 머리띠라는 조합에 딱히 연결 고리는 없어 보이지만, 다른 문단에서도 드러나듯 한지우의 장바구니는 구매 목록이 아니라 취향 보관함에 가깝다. 둘 다 지금 당장 사려고 담았다기보다 "이건 나중에 다시 봐야지" 쪽에 가까운 셈이다.[15]
학창 시절 한지우의 기본 구성은 단순했다. 가방, 책, 그리고 피카츄 필통. 딱 그 세 가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필통은 바뀌지 않았다. 본 위키는 이를 이른바 "6년 개근 피카츄 필통 사건"으로 명명한다. 본인 회고로는 "중고등학교 다 썼던듯"이라고 한다. 정작 왜 그걸 계속 썼는지는 딱히 설명이 없다. 귀여워서였을 가능성이 높다.[16]
다른 문단에서도 드러나듯, 한지우는 쓸 데 없어 보이는 디테일에 이상하게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다. 피카츄 필통을 6년 가까이 쓴 것도, 어쩌면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예쁜 것 하나를 정해두면 굳이 바꾸지 않는 것.[17] ㅎㅎ
"ㄹㄹㄹ". 아나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지우가 돌려준 답의 전부다. 뒤이어 던진 물음에도 답은 ㅎㅎㅎㅎ 뿐이었다.[18]
그래서 아나나의 정체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제목만 세워두고 내용은 열어둔, 이를테면 업데이트 대기 중인 문단인 셈이다. 머릿속 방을 세 번쯤 리모델링하고도 실행은 미뤄두는 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 디테일은 다 보고 있는 사람이라, 아나나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게 무엇인지는 함구로 남겨둔 쪽에 가깝다. 힌트를 청해도 돌아온 것은 ㅎㅎㅎㅎ 뿐이었으니, 결론은 열린 채로 둔다는 평소 원칙의 연장선상에 있다.[19]
ㅗㅎ포
